“역사상 가장 거대한 부(富)의 이전.”
2023년 5월14일, 미국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기사의 제목이다. 이 기사는 그동안 전 세계가 깊이 고민하지 못했던 ‘상속’의 문제를 경제 전반의 변수로 다룬다. 1946~1964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베이비부머)의 은퇴와 사망이 목전에 다가오면서, 거대한 부의 세대 이동이 본격화됐다는 것이다. 미국 베이비부머는 미국 사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동안 그 열매를 가장 많이 차지한 세대로 꼽힌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가계 전체 자산 140조 달러(2022년 기준) 가운데 절반 이상인 78조 달러가 베이비부머의 부(富)라고 설명한다. 기사는 앞으로 펼쳐질 ‘이들의 상속과 증여’가 미국 사회에서 부의 쏠림과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사례가 모든 나라에 다 들어맞지는 않을 것이다. 국가마다 가계 자산의 세대별 분포가 다르고 고령화 정도도 제각각이다. 기대수명도 다르다. 그러나 공통점도 많다. 대부분의 국가가 20세기 중반 각자의 ‘베이비붐 시대’를 겪었다.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사망에 따른 사회적 여파가 이제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자본주의가 성숙한 사회일수록 상속·증여의 흐름이 점차 강해지고, 이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도 ‘대(大)상속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미 조짐이 나타난다. 정치권에서 상속세 개편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금융시장에서는 상속으로 인한 자산 처분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는 중이다. 노동시장이나 재화·서비스 시장에서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특히 미국과 비교해 조금 다른 방식의 ‘상속 논쟁’이 일고 있다. 2020년대 한국 사회에서 불거진 상속의 쟁점은 향후 10~20년까지 그 여파가 이어질 전망이다.